“전진! 전진! 전진! 태양을 따라서 간다...” 귓가에 이 격앙하는 멜로디가 울려 퍼질 때마다 사람의 마음을 진작시키는 힘이 생긴다.

중국인민해방군 행진곡으로 많은 군인들이 이 군가를 부르며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 노래의 선율을 해석해 왔다. 수년간 이 격앙된 선율을 불러 왔지만 이 노래를 작곡한 정율성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율성은 녜얼（聂耳）, 셴싱하이（冼星海）와 함께 중국 당대의 유명 음악가이자 작곡가로 중국 프롤레타리아트혁명 음악사업의 개척자 중 한 명으로 ‘군가의 아버지’로 불린다. 위대한 항일투사이자 국제주의 투사였던 그는 2009년 '신중국 창건 영웅 100인'에 선정됐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그가 조선 사람이라는 것이다.

1914년 한국 광주에서 정해업과 최영온 사이 4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정율성의 본명은 정부은(鄭富恩)이었다. 정율성의 아버지는 확고한 애국주의자였고, 형들도 조선의 항일독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그는 아버지와 형의 애국주의 사상의 영향으로 항일 감정이 짙게 배어 있었다.

정율성은 어린 시절부터 놀라운 음악적 재능을 드러냈다. 그의 음악의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혁명의 이상을 실현하겠다는 포부와 상부상조한다. 정율성의 음악계몽인은 그의 외삼촌 최흥종이다. 최흥종의 집에는 서양 명곡 음반이 많고 축음기도 있다. 정율성은 어릴 때부터 외삼촌 집에 가서 세계 명곡을 듣고 공부하곤 했다. 전문적인 음악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이는 그의 마음속에 음악의 씨앗을 심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1933년 봄 19세의 정율성은 셋째 형 정의은을 따라 중국으로 와서 난징(南京)에 세운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에 입학했다. 이 학교는 조선인 김원봉이 이끌던 의열단의 항일투쟁 간부 양성소였다. 졸업 후 정율성은 우체국에 들어가 일본인들의 전화를 도청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 후 자신을 신분을 더 잘 감추기 위해 그는 상하이국립음악전문학교(현 상하이 음악원)에서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소련 레닌그라드 음악원(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출신인 크리노와 교수로부터 성악을 배우게 된다. 그 어려운 세월 동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때 그는 자신의 이름을 ‘율성(律成, ‘미래의 음악길이 순조롭게 진행됨’이란 의미)’으로 바꾸었다. 그는 상하이에서 열린 한 음악회에서 독창 공연을 했는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크리노와 교수조차도 “어지간한 성악가들도 처리할 수 없는 고음을 그렇게 잘 소화해 내다니 대단한 음악적 자질이야.” 라고 감탄하며 말했다.

후에 크리노와 교수는 정율성에게 이탈리아 유학을 권유하였고 경비도 해결해 주겠다고 했다. 음악에 끝없이 느껴온 그로서는 얼마나 바라던 일인가. 하지만 고민 끝에 그는 교수의 호의를 사양하였다. 그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막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는 기회를 포기했고 개인의 재능과 시대의 사명을 결합하는 것을 선택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 제게 음악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용기와 희망을 가슴에 돋우는 그런 음악을 만들겠습니다.”

1937년 '77사변' 이후 수많은 중국 혁명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정율성은 바이올린 하나를 둘러메고 보무당당하게 중국공상당의 혁명근거지인 옌안(延安)으로 향했다.

바로 옌안에서 정율성의 음악적 소질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옌안에 있어던 시기에 그는 옌안의 힘들고 소박하지만 생동감이 넘치는 각 방면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혁명의 성지인 옌안의 장엄함과 숭고함 속에서 그는 혁명청년의 생기발랄함을 느꼈다. 정율성은 마음속에서 "옌안은 혁명의 성지로 당시 중국 인민의 등대이자 희망이었다"며 "사람들은 혁명에 대한 열망을 안고 중국 각지에서 이곳으로 달려왔고, 또 이곳으로부터 혁명의 불씨를 사방팔방으로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율성의 창작 열정은 격앙됐고 혁명에 대한 이해와 열정을 오선보에 뛰어오르는 음표로 바꿔 '옌안송'과 '연수요' 등 고전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옌안송'은 일종의 표지가 되었고, 혁명청년들은 그것을 부르며 사방에서 옌안을 향해 달려왔다. 이 노래는 중국 각지 청년들의 힘을 아우르는 옌안의 상징이자 청춘, 자유, 희망과 애국의 노래이기도 하다.

1939년 1월 항일군정대학에서 중국공산당에 입당한 정율성은 자신의 모든 것을 해방사업에 바치고 공산주의의 원대한 이상에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셴싱하이의 대합창으로 옌안에서 합창 창작 열풍이 불면서 대합창 분위기가 형성되고 정율성도 깨우침과 격려를 많이 받았다.

그는 옌안의 가장 유명한 작사가인 궁무(公木)에게 합작을 부탁했다. 그는 궁무에게 앞으로의 대합창은 거창하면서도 독립적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군가, 행진곡, 기병가, 포병가 그리고 포병송을 덧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율성의 영향으로 궁무의 창작열정도 북돋었다. 불과 사나흘 사이 두 사람은 '팔로군 행진곡', '팔로군 군가',  '기병가', '포병가', '군민일가' 등 8곡을 정성껏 작업했다.

당시의 옌안은 어려운 여건이었고 음악 기구가 많이 부족했다. 정율성은 작곡할 때 손짓을 하며 세숫대, 돌멩이, 탁자를 두드려야만 했다. 심지어 허벅지를 두드리며 코로 곡조를 만들었다. 기세가 웅장한 ‘팔로군 행진곡’은 바로 이런 악조건 속에서 쓰여진 것으로 팔로군 전사들의 강인한 혁명적 기질과 두려움을 모르는 영웅적 기개를 표현했다. 이 노래는 항일군정대학에서 먼저 울려 퍼졌고, 곧 전국 팔로군 전체에 퍼졌다.

1946년 9월 30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군사위원회는 팔로군, 신사군 등 인민무장을 중국인민해방군으로 개칭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팔로군 행진곡’은 ‘중국인민해방군 행진곡’으로 개칭되었다. 1988년 7월 25일 중국공산당중 앙위원회에서 비준하고 등소평이 서명하여, ‘중국인민해방군 행진곡’은 중국인민해방군 군가로 정식 채택되었다. 이 곡은 인민군대와 함께 승리를 향해 전진하는 전가가 되었다.

옌안에서 정율성은 음악사업의 성공을 얻은 것 뿐 아니라 평생 사랑했던 딩쉐쑹(丁雪松)도 만났다. 옌안 항일군정대학에서 딩쉐쑹은 수많은 여학생들 중의 걸출한 인물이다. 뛰어난 조직력과 글재주로 산간닝변구(陕甘宁边区) 주석 리딩밍（李鼎铭） 선생의 눈에 들어 비서직을 점찍었다. 후에 딩쉐쑹은 중국 최초의 여성 대사로 네덜란드와 폴란드에 파견되었다. 이 두 사람은 마치 천생연분처럼 서로를 사모했고, 공통의 이상이 그들을 빨리 함께하게 되어 옌안에서 미담이 되었다. 이 혁명부부는 어떠한 곤란에도 시종일관 서로를 버리지 않고, 변함없이 충성과 지조를 다했다.

1945년 일제가 무조건 투항하고 한반도도 다시 태어났다. 정율성은 처녀를 데리고 북한으로 돌아갔지만 남북 분단으로 고향 광주에 돌아가지 못했다. 그는 조선인민군협주단 단장을 맡아 북한 군가인 ‘조선인민군행진곡’을 작곡했다.

몇 년 후 주은래 총리의 비준 하에 정율성 부부는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고 중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후 30 년 동안 정율성은 1976년 베이징에서 사망할 때까지 계속 인구에 회자되는 성악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정율성은 "예술작품을 만들려면 형식보다는 우선 내용에서 출발해야 하고, 남의 작곡 경험은 우리가 배워야 하지만 억지로 갖다 붙이지 말아야 한다. 형식적으로 그렇고, 감정적으로는 더 그렇다"고 말했다. 인민군대와 혁명사업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있었기에 그의 악곡은 영원한 생명력을 얻게 되고, 그의 노래가 불처럼 뜨거워지며 억만 인민의 피 속에 흐르고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